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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드라마 등록일 2019-01-09 17:00:03

CJ ENM의 사회공헌 프로젝트 '오펜' 2기 작가 26명 원주 국과수 방문 (글 황희정)

 
 
지난 23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CJ ENM의 '오펜' 2기 방문 행사에서 중앙법의학센터 주영남 실장이 부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지난 23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CJ ENM의 '오펜' 2기 방문 행사에서 중앙법의학센터 주영남 실장이 부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아직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세요? 우리가 DNA 확인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법유전자과 임시근 실장은 답답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국과수 하면 부검이 먼저 떠오르는데 국과수는 이외에 한 해에 200명에 달하는 신원불상 사망자가 누구인지 밝혀내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가오리를 홍어로 속여 파는 것도 DNA로 확인 가능합니다."

현장에 남은 DNA를 통해 범인을 추정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으며 범인의 나이도 맞출 수 있다고 임 실장은 강조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린 지난 23일 강원 원주에 위치한 국과수에선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려는 작가들로 분주했다. 국과수의 생생한 이야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경험해 이를 드라마와 영화로 옮기려는 26명의 작가는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국과수 방문은 CJ ENM이 사회공헌사업으로 운영 중인 '오펜'(O'PEN) 작가들의 작품 구상을 돕기 위해 이뤄졌다. CJ ENM은 2017년부터 4년간 총 200억원을 투자해 재능있는 신인 드라마·영화 작가의 데뷔를 지원하는 '오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이번에 국과수를 찾은 26명은 1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오펜' 2기 작가다. 

지난 23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CJ ENM의 '오펜' 2기 방문 행사에서 법심리과 김희송 과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지난 23일 강원 원주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진행된 CJ ENM의 '오펜' 2기 방문 행사에서 법심리과 김희송 과장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황희정 기자

이날 강연에선 법유전자 분야 외에 법심리, 부검, 디지털분석 등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법심리과 김희송 과장은 "심리학을 20년간 공부했지만 엄마 마음은 모른다"며 농담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심리학 원리에 기반해 수사, 재판, 교정 등의 요구에 따라 의견 제시하는 법심리 분야는 프로파일링(범죄분석)으로 많이 알려졌다.  
 
김 과장은 "대부분 사건 현장에 남아 있는 정보는 범인이 '안 잡히려고' 남긴 것"이라며 "단순한 심리평가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볼 수 있는 기술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심리학을 적용해 범인을 잡은 일화를 설명하며 작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강간을 당한 흔적이 있는 시체가 발견됐어요. 덤프트럭에서 혈흔이 발견됐는데 용의자는 그 여자를 모른다고 발뺌하는 거죠. 혈흔 얘기는 하지 않고 그 여자를 아느냐고 7차례 물어봤어요. 그러다 차 뒷자리에서 그 여자의 혈흔이 발견됐다고 하면 당황하거든요. 처음부터 수사 증거를 제시하면 용의자가 방어부터 해요. 같은 정보를 가지고 같은 얘기를 하더라도 어떻게 심리할지, 어떻게 수사하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김 과장에 따르면 거짓말탐지기도 법적 증거로 효력이 있다. 대화의 기술을 통해 범죄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도 측정이 가능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시신을 부거하는 부검대 모습. /사진=황희정 기자
 
시신을 부거하는 부검대 모습. /사진=황희정 기자

이날 작가들은 부검실을 견학하는 특별한 경험도 했다. 3개 베드가 나란히 놓인 부검실에 들어서자 알코올 냄새가 코를 찔렀다.

중앙법의학센터 주영남 실장은 "부검은 4명이 1개 팀으로 구성된다"며 "단순변사 부검은 보통 40분 정도 걸리고 의료사고는 2~3시간 소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검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뤄지는데 먼저 턱밑부터 아랫배까지 절개해 장기를 꺼내 무게를 잰 다음 증거물을 채취한다"며 "머리의 경우 두피를 절개해 두개골을 살펴본 뒤 장기를 제 위치에 넣고 봉합하면 부검이 끝난다"고 말했다.

국과수에선 2017년 기준 부검건수가 8700건에 달했으며 올해는 1만건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에선 서울연구소와 더불어 고려대병원, 서울대병원, 가톨릭병원 등에서도 부검을 시행하고 있다. 원주 부검실은 아직 오픈 전으로 11월2일 개청을 앞뒀다. 이전까지는 문막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동부분원에서 강원·경기 일부·충북 일부 지역을 담당했다. 
국과수는 감정기관의 역할만 수행하는 곳이 아니다. 한달에 3개 넘는 학과가 견학을 올 정도로 교육 업무에도 노력하고 있다. 이번 작가들의 방문도 이의 연장선에 있다. 
최영식 국과수 원장은 "국과수에서 법의학 용어나 검시시스템 등을 배우고 가는 경우가 많다"며 "많은 법조인이 와서 교육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CJ ENM 오펜 2기 작가들이 국과수 DNA 분석실에서 법유전자과 임시근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지난 23일 CJ ENM 오펜 2기 작가들이 국과수 DNA 분석실에서 법유전자과 임시근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CJ ENM

이날 만난 작가들은 개인으로는 방문하기 힘든 곳을 견학한 데 대해 만족하는 모습이었다. tvN '드라마 스테이지'에서 방영을 앞둔 '각색은 이미 시작됐다'의 김도연 작가는 "두루두루 아이템을 많이 접하기 위해 참여했다"며 "지난 18일 오펜을 통해 방문한 해양경찰청 경찰학교에선 80도까지 기울어진 해양 선박을 체험해봤다"고 말했다. 
'악마를 만드는 사람들'을 집필한 문상휘 영화 작가는 "그동안 법의학 서적이나 영화, 인터넷을 보며 취재했다"며 "이번에 들은 비화들이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오펜 작가들은 서울남부교도소, 항공우주연구원-나로호 우주센터, 서울지방경찰청, 서울남부교도소, 피해자심리전문요원(은평경찰서 소속), 인천공항 세관 등을 방문해 집필을 위한 다양한 체험을 했다.